1. 서 론
2. 이스라엘 지하 대피시설 사례 분석
2.1 MAMAD: Residential Shelter System
2.2 텔아비브 지하철역의 대피소 전환 사례
2.3 Wolfson Hospital underground medical facility
2.4 Sderot community-based shelters
2.5 Implications for Seoul’s underground space
3. 서울시 지하 대피시설 체계 분석
3.1 현황개요
3.2 구조적 한계
3.3 제도적 한계
3.4 민간참여와 경제성 문제
4. 생존성 확보를 위한 “K형 대피시설”(한국형 지하 대피시설) 정책적 제언
4.1 방호공간 설치 의무화를 위한 건축법 개정
4.2 지하공간 기반 공공 대피 인프라 확대
4.3 시설유형별 표준 설계 가이드라인 수립
4.4 방호시설 등급 분류 및 인증제 도입
4.5 도시방호계획(urban defense plan)의 제도화
5. 결 론
1. 서 론
21세기 안보환경은 전통적인 전면전 양상에서 벗어나, 도심지를 직접 겨냥하는 핵무기, 대량살상무기(weapon of mass destruction, WMD), 전자기펄스(electromagnetic pulse, EMP) 등 복합적이고 비대칭적인 위협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군사적 억제력만으로는 시민의 생존성과 도시 기능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하공간을 활용한 대피 인프라의 전략적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등의 반복적 위협에 대응하여, 주거용 Merhav Mugan Dirati (MAMAD, 맘마드), 텔아비브 지하철역 기반 대피소, 병원 내 지하 의료시설 등 실효성 높은 지하 방호체계를 구축해 왔다(IMOD, 2022). 반면, 서울시는 수도권 인구와 국가 주요 기능이 밀집된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민방위 대피시설이 얕은 지하공간에 단순 지정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방호 성능이나 유지관리 체계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SMG, 2023).
국내에서도 지하공간의 안전 확보와 대피 효율성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Park et al. (2015)은 터널 방재설비의 합리적 설치를 위해 정량적 위험도 분석(quantitative risk assessment, QRA)과 계층분석(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을 활용하여 대피통로와 주요 설비의 우선순위를 도출하였으며, Ryu et al. (2018)은 철도터널 화재 시 피난개시 지연 시간과 화재 성장곡선이 대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Yoo et al. (2015)의 연구 또한 단면적 및 제연풍속이 대피 특성과 인명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지하공간 내 공기흐름 제어와 피난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들은 화재 대응이나 재난 방재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핵·WMD·EMP와 같은 고강도 복합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호 성능 중심의 시설 설계 및 정책 개발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서울과 같은 초밀집 대도시에서는 일상 인프라와 연계된 이중 목적(dual-use) 구조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지하공간의 전략적 재활용이 필요하다. 또한 핵, 화생방(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and nuclear, CBRN), EMP 등 복합위협 환경에서 지하공간은 열, 낙진, 충격파로부터의 물리적 차폐를 제공할 수 있어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은 매우 크다(Glasstone and Dolan, 1977; IEC, 2001).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이스라엘 사례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하고, 서울시의 현황과 제도적 한계를 진단하여 한국형(K형) 지하 대피시설 기준 및 정책적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이스라엘 지하 대피시설 사례 분석
이스라엘은 다양한 실전적 위협에 대응해오며, 지하공간을 활용한 민간 방호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그 대표적 사례로는 가정용 방호공간인 MAMAD, 텔아비브 도시철도의 지하철역 대피소, 병원 지하 의료시설 전환, 그리고 Sderot 지역의 커뮤니티 기반 벙커형 놀이터 등이 있다. 본 장에서는 각 유형별로 구조적 특성과 운영체계를 정리하고 서울시 지하공간 개발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한다.
2.1 MAMAD: Residential Shelter System
MAMAD는 이스라엘의 모든 신축 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개인용 방탄·방폭 안전실로, 1991년 걸프전 이후 「홈프론트 사령부 규정(Home Front Command Regulations)」에 따라 법제화되었다. MAMAD는 이스라엘의 모든 신축 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개인 방호공간으로, 철근콘크리트 벽체(20 cm 이상), 방폭문, CBRN 대응 공기정화장치를 구비한 구조를 갖는다. 평상시 생활공간으로 활용되며, 대부분 지표면으로부터 약 1.5–3 m깊이의 건물 지하 1층 또는 반지하층에 위치하여, 유사시 즉시 대피공간으로 전환된다. 또한 MAMAD의 구조체는 두께 20 cm 이상의 철근콘크리트(40 MPa)로 구성되며, 슬래브와 벽체가 일체화된 모노리식 구조(monolithic structure)를 갖는다. 출입부에는 3 bar (약 43 psi) 이상의 과압을 견딜 수 있는 강판 방폭문이 설치되며, 내부에는 HEPA급 공기여과기, 양압환기장치, 독립전원 설비가 포함된다. 이러한 구조는 핵·화생방·폭발 충격파에 대한 직접적 차폐효과를 제공하며, 단기 체류(6–12시간)를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MAMAD의 공학적 설계 기준은 Table 1과 같다.
Table 1.
Key characteristics of MAMAD residential shelter
| Item | Specification |
| Structure | RC wall & ceiling ≥ 20 cm (f′c ≥ 40 MPa) |
| Openings | Blast door, blast-resistant window |
| Ventilation | CBRN filtration system |
| Communication | Emergency radio & signal reception |
건축 설계시 미리 파이프·전선관 등의 내장 공간을 포함하여 공기정화기, 비상전력 공급, 양방향 통신망 등이 준비되며, 평시 유지관리 책임은 건물관리인 혹은 지자체와 협약된 민방위 조직이 수행한다. 이스라엘의 사례처럼 개인용 대피공간(MAMAD)이 벽체 두께, 양압 환기, 차폐도장 등 기술요소를 갖출 경우 실질적 생존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IMOD, 2022). Fig. 1은 이스라엘 개인 및 공용시설 내 방호시설 설치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2.2 텔아비브 지하철역의 대피소 전환 사례
텔아비브 도심 지역은 지하철 레드라인(Red Line)을 비롯한 도시철도망 건설 과정에서 대피소 기능을 겸한 공간을 사전에 설계에 반영하였다. 2023–2025년 이란의 미사일 공격 당시, 수천 명의 시민이 지하철역 지하 20–30 m 공간으로 피신하여 구조적으로 유효한 방호 공간으로서 가능함이 검증되었다. 구조형식은 세그먼트 라이닝식 RC 원형터널(직경 6.8 m, 두께 35 cm)로, 고강도 콘크리트(50 MPa급)가 적용되며, 이중 방수막과 EMP 차폐 도전막이 부착되어 있다. 지하철 대피소의 설계기준은 Table 2와 같고 Fig. 2는 텔아비브 지하철 대피소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평시에는 교통 인프라로 활용되지만, 위기 발생 시에는 고밀도 인구 수용이 가능한 다중기능 방호공간으로 즉시 전환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Table 2.
Structural design standards for subway shelter conversion
| Item | Specification |
| Depth | Over 30 m |
| Wall thickness | 35–50 cm, EMP shielding paint embedded |
| Air pressure | Positive-pressure system, auto-seal doors |
| Zoning | Separate up/down evacuation corridors |
2.3 Wolfson Hospital underground medical facility
2024년 4월, 이란의 미사일이 텔아비브 남부 홀론 지역을 향해 발사되자, Wolfson Medical Center는 분만실과 신생아실 전체를 병원 지하층으로 긴급 이송하였다. 병원 지하 주차장을 기반으로 한 이 대피공간은 평소에는 시설관리 구역이었으나, 비상계획에 따라 의료기기, 병상, 산모 및 영아까지 수용 가능한 응급 진료실로 전환되었다. Table 3과 Fig. 3은 Wolfson 병원의 지하공간을 활용한 의료시설 전환사례의 주요내용과 사진이다.
Table 3.
Emergency medical facility in Wolfson Hospital
시설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10–12 m깊이에 위치하며, 상부는 충적토(모래·실트 혼합층), 하부는 점토성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역의 지하수위는 약 4 m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구조기초는 매트 슬래브 기초(두께 80 cm)로 하중분산 및 부력 저항을 동시에 확보한다. 건축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벽체 40 cm, 슬래브 60 cm 이상으로 구성된 라멘 구조이며, 주요 하중부재는 폭발압력에 대한 휨·전단 저항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2.4 Sderot community-based shelters
가자지구 인근 Sderot 지역은 하마스의 단거리 로켓 공격이 빈번한 지역으로, 지하 벙커형 초등학교 교실 및 아동 전용 대피 놀이터가 지역공동체 기반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 상부에는 약 1.5 m 두께의 토피층과 배수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집중호우 시를 대비한 집수·배수관망이 설치되어 있다. 구조체는 원통형 강재+철근콘크리트 복합 구조(외벽 40 cm RC, 내벽 강재 라이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공간은 아동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밝은 색상과 완만한 곡선형 벽체로 마감된다. 이는 단순히 구조적 방호만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성과 커뮤니티 기능까지 고려한 복합형 시설이다.
Table 4와 Fig. 4는 각각 Sderot 지역의 지하벙커형 학교 및 놀이터의 주요설계 특징과 현황사진이다.
Table 4.
Design features of Sderot underground community shelters
2.5 Implications for Seoul’s underground space
이스라엘 사례는 단순한 건축적 방호를 넘어서, 평상시 기능과 위기시 생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지하공간을 다목적 구조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의가 있다. 또한 모든 시설이 법령에 기반하여 설치되고 유지·보수되는 제도적 체계 하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민방위 시설 정책과 대비된다(IMOD, 2022).
서울시는 지하철, 공동구, 대심도 터널, 지하상가 등 다양한 지하공간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방호목적의 병행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시 지하공간도 일상적 용도와 더불어 유사시 방호체계로 즉시 전환 가능한 인프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3. 서울시 지하 대피시설 체계 분석
3.1 현황개요
서울은 민방위기본법과 관련 시행령에 따라 2,951개소의 민방위 대피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주로 공공건축물,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피시설은 전시 상황에서의 실제적인 생존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기능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핵·WMD 위협, EMP, 생화학공격 등 복합 재난환경에서의 실효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Table 5는 서울시 민방위 대피시설의 용도별 분포현황이다.
Table 5.
Distribution of civil defense shelters in Seoul by facility type (SMG, 2024)
이들 대피시설은 실질적으로 대부분 기존 공간을 ‘지정’한 것에 그치며, 구조적·기능적 보강 없이 지정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시설 접근성, 방호능력, 심도, 수용인원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3.2 구조적 한계
먼저 지하시설의 심도 부족 문제는 가장 두드러진 취약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피시설은 지표면으로부터 1.5–3 m 깊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는 핵폭발 시 발생하는 열복사, 충격파, 낙진으로부터의 실질적 보호가 어렵다(Lee and Kim, 2024). 핵폭발 시 구조물에 작용하는 열, 충격파, 복사선 등의 영향은 Glasstone and Dolan (1977)의 이론적 모델에 기반하여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대피시설의 구조적 설계 기준을 정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공학적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방호 성능의 부재도 심각하다. 전체 대피시설 중 약 80% 이상은 단순 철근콘크리트 벽체(15 cm 미만)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폭문, 공기정화장치, 차폐설비 등 핵심 방호 기능이 미비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EMP 차폐(80 dB 이상), 과압 유지, CBRN 대응 환기 설비 등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IEC, 2001). 미국 국방부(DoD, 2008)는 방폭 구조물 설계 기준(UFC 3-340-02)을 통해 핵 및 화약류에 대한 구조적 저항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구조 해석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방호공간 설계의 국제적 기술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용 능력의 왜곡된 평가가 존재한다. 1인당 면적 기준(0.83 m2/인)을 근거로 전체 인구 대비 수용률이 약 376%에 이른다고 해석되지만, 이는 단기 대피 기준일 뿐이며, 장기 체류를 위한 방호공간으로는 매우 부족한 수치이다(Park and Kwon, 2025).
3.3 제도적 한계
현행 건축법, 민방위기본법, 재난안전법 등은 지하 대피시설의 설치를 명확히 의무화하지 않고 있으며, 설계 기준, 방호 등급, 유지관리 체계 등의 통합 기준도 부재하다. 이로 인해 대피시설 설치는 자율성에 의존하게 되며, 민간 건축물의 경우 설치율은 극히 저조하다(Kim and Hossain, 2013).
또한 부처 간 연계 부족으로 인해 지자체, 중앙정부, 군·소방 간의 책임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실제 위기 발생 시 대피소 활용에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정기적인 점검 체계나 기능 검증 기준도 미흡하여 형식적인 지정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3.4 민간참여와 경제성 문제
지하 방호공간을 민간 건축물에 설치할 경우 평균적으로 원공사비 대비 약 25–35%의 비용 증가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민간 부문에서는 방호공간 설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Table 6은 방호공간 설치 시 발생 가능한 주요 공사비 증가 요인을 정리한 것이다.
Table 6.
Estimated cost increase for protective shelter installation
한국의 지하 대피시설은 물리적, 제도적, 행정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방호공간에 대한 건축법적 규정이 부재하고, 대부분 시설이 지정에 그칠 뿐 실질적인 생존성 확보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는 핵·EMP·화생방 등 복합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와 도시기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사례와 같이, 제도·공학·도시계획이 통합된 전략적 방호체계의 도입이 시급하다.
4. 생존성 확보를 위한 “K형 대피시설”(한국형 지하 대피시설) 정책적 제언
이스라엘의 지하 대피시설 체계는 단순한 방공호의 수준을 넘어, 건축물 내부에 방호공간을 통합하고, 도시공간 전반에 걸쳐 다층적인 위기 대응 인프라를 마련한 복합체계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피시설은 제도적 강제성 부족, 구조적 방호기준 미비, 유지관리체계 미흡 등으로 실질적인 생존성 확보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앞선 사례 및 진단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K형 대피시설”(한국형 지하 대피시설 체계)을 고도화하기 위한 공학적·제도적 정책 제언을 제시한다.
4.1 방호공간 설치 의무화를 위한 건축법 개정
이스라엘 사례에서와 같이, 모든 신축 건축물에 일정 규모 이상의 방호공간을 의무 설치토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공동주택(30세대 이상), 공공건축물(연면적 300 m2 이상) 등은 법적으로 방호공간을 포함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구조기준 및 필수설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IMOD, 2022).
4.2 지하공간 기반 공공 대피 인프라 확대
서울시가 보유한 지하철역, 공동구, 대심도 터널 등은 지하공간 인프라로서 방호공간으로 전환이 가능한 전략적 자산이다. 이러한 기존 도시 인프라에 방폭벽, 양압 환기, 공기정화기, EMP 차폐 도장 등의 방호 요소를 사전적으로 설치하여, 평시에는 일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유사시에는 즉시 대피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중 목적(dual-use)’ 설계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도시형 방호체계에서 대피소는 위협 탐지 후 3–5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 내에 분포되어야 하며, 이는 이스라엘 홈프론트 사령부의 민방위계획에서도 명시된 핵심 기준이다(IMOD, 2022). Sderot 지역의 아동 대피 놀이터는 10초 이내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는 고위험 지역 내 ‘즉시 대응성(immediate response)’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러한 ‘신속 접근 가능성’은 고밀도 도시환경에서 대피공간의 실질적인 생존성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며, 서울과 같은 초밀집 도시에서는 기존 지하 인프라를 활용한 고정형 대피공간 분산 배치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대심도 구조물의 경우 낙진, 열복사, 충격파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의 차폐 효과가 뛰어나며, 기술적으로도 구조적 보강 및 설비 추가를 통해 방호 기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 내 지하공간 자산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방호공간 전환을 위한 사전 설계 및 재정지원 방안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4.3 시설유형별 표준 설계 가이드라인 수립
현재 한국에는 민방위 대피시설의 설계기준이 없으며, 각 지자체가 임의로 공간을 지정할 뿐 설계·운영에 있어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에 따라 용도별로 차별화된 시설유형별 방호공간 표준 가이드라인을 Table 7과 같이구축해야 한다.
Table 7.
Proposed standard design elements by facility type
4.4 방호시설 등급 분류 및 인증제 도입
이스라엘의 홈프론트 사령부는 대피시설을 A–D 등급으로 분류하여 방호력·차폐력·수용력 기준을 갖춘 시설만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방호시설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일정 기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공간만을 실질 대피소로 인정하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피시설을 방호 성능과 설치 심도에 따라 세 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1등급은 핵, 전자기펄스(EMP), 화생방 공격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완전 밀폐형 구조로, 지하 30 m 이상에 위치한다. 2등급은 EMP 및 화생방 공격에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지하 10–30 m 구간에 설치되며 공조 및 차폐 성능이 우수하다. 3등급은 폭발 충격에 대비한 방폭형 단기 대피시설로, 지하 3–10 m 깊이에 위치하며 단기 체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등급은 건축 인허가 및 국가안전관리인증(KC, KFI, KOSHA 등)과 연계한 통합 인증체계 구축과 재난관리예산 및 국고지원 기준에도 활용 가능하다.
4.5 도시방호계획(urban defense plan)의 제도화
현행 민방위기본법과 재난안전법, 도시계획법은 각각 분리되어 있어, 위기상황에서 도시 차원의 방호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따라 방호시설, 대피로, 통신시설, 전력설비, 응급의료 등을 포괄한 ‘도시방호계획’(urban defense plan)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 계획은 국방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국가 차원의 도시방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로 하위 도시방호계획을 5년 주기로 수립하도록 하는 구조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해당 계획은 도시기본계획과 지구단위계획 등 기존의 도시계획 체계와 연계되어야 하며, 대피시설, 비상통신망, 민방위 동원체계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 운영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존성 확보를 위한 지하 대피체계의 구축은 단순한 재난대응 인프라 수준을 넘어, 국가안보와 시민 생명권을 보장하는 전략적 과제이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법제도, 건축기준, 도시계획, 지역공동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방호체계가 실현 가능한 모델임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법·공학·재정·도시전략이 통합된 실행 가능한 방호정책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 대규모 투자가 아닌, 단계적 제도화와 기준의 표준화, 민관협력체계 확립을 통해 실현 가능하며, 국가 생존성 확보의 필수 전략이 되어야 한다.
5. 결 론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형(K-Shelter) 지하 대피시설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스라엘의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 실정에 적합한 정책적·공학적 개선방향을 제안하였다. 연구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모든 신축 건축물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방호공간을 의무 설치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지하방호시설 설계기준」을 제정하고, 방호공간 설치 시 건폐율 완화,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민간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둘째, 서울시가 보유한 공공 지하공간(지하철역, 공동구, 대심도 터널 등)은 ‘Dual-use’ 개념으로 설계·운영되어야 한다. 즉, 평상시에는 교통·기반시설로, 유사시에는 방호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구조보강, 양압환기, EMP 차폐도료, 방폭문 등의 핵심 설비를 사전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이중활용 설계는 막대한 신설비용 없이도 도시 전체의 방호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셋째, 시설 유형별로 차별화된 설계기준과 방호등급(protection level)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통일된 방호시설 인증제도를 도입할 수 있으며, 시설의 용도·심도·구조형식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정량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 Level-1 (핵 방호형): 설계과압 50 psi 이상, 심도 15 m 이상, 철근콘크리트 두께 60 cm 이상, 독립 전력·통신·공조시스템 구비
• Level-2 (재래식 폭발 방호형): 설계과압 30 psi 이상, 심도 8–12 m, RC 벽체 40 cm 이상, CBRN 여과 및 양압 환기설비 설치
• Level-3 (화생방 대응형): 설계과압 10 psi 이상, 심도 5–8 m, RC 벽체 30 cm 이상, 기밀문·비상탈출구 확보
넷째, 지하구조물의 구조적·지반공학적 특성을 고려한 설계기준의 정량화가 필수적이다. 대심도 터널형 방호공간의 경우, 안정지반(심도 30–50 m, N값 > 50) 내에 RC 세그먼트 라이닝(두께 35 cm 이상)을 적용하면 폭발하중 50 psi급에도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된다. 반면 얕은 심도(지하 3 m 이하)의 기존 민방위시설은 상부 토피층 부족으로 인한 열복사·충격파 차폐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서울형 방호체계는 심도 기반 설계기준(depth-based design criteria)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실행의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법 개정 및 지하방호시설 지침 제정(1단계, 2025–2030), 공공지하시설 시범사업 및 Dual-use 시범구간 운영(2단계, 2030–2040), 민간건축물 인증제 도입 및 유지관리체계 통합(3단계, 2040 이후)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화 과정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 속에서 추진될 때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서울시의 지하공간을 활용한 복합위협 대응형 도시방호체계 구축의 기초 방향을 제시하였다. 향후 후속연구에서는 시설 심도별 방호성능 평가, 과압-시간이력 기반 구조해석, 지하공간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민 대피시뮬레이션 등 정량적 공학연구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울형(K-Shelter) 지하 대피시설의 설계기준화 및 방호등급체계 표준화를 실현한다면, 서울은 세계 주요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복합위협 대응 도시방호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